[Preview]고급 퓨전요리 그 이상의 맛 -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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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이 단어에서 어떠한 상상을 하게 되는가?
끝없이 펼쳐진 사막, 고단해 보이는 여행자들, 비단을 가득 실은 낙타의 행렬.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와 같은 고루한 이미지들을 떠올리겠지만, 우리에게 알려진 그러한 실크로드의 이미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 공식 홈페이지의 일부
우리가 쉽게 접하고 있는 많은 RPG게임들은 오래전부터 대부분 ‘검과 마법의 이야기’ 또는 ‘강호와 무공의 세계’ 등으로 구분 지어져 왔으며 지금까지도 RPG라 함은 판타지 또는 무협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이러한 세계관은 매우 탄탄하거나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그밖에 독창적인 세계관을 만들어 거대한 성공을 거둔 사례가 거의 없다는 명제는 현재 RPG게임들의 세계관을 정형화 시켜왔다.
실크로드는 이러한 전형을 탈피하고 새로운 개념으로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다. 그것은 어딘가 어색하거나 부족해 보이는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한 것도 아니며 불필요할 정도로 복잡한 사이버 펑크나 SF 세계를 만들어 낸 것도 아니다.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듯 이 롤플레이 게임은 ‘실크로드’의 의미 아래 본래 어우러질 수 없었던 수많은 세계관과 문화들이 하나로 연결되고 하나의 세계 안에 존재하고 있다. 실크로드에서 가공 된 세계들은 끝없이 방대한 세계와 이야기, 실존하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플레이어를 모험으로 이끄는 전설과 신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이 세계관들은 높은 수준의 퀄리티로 퓨전 되어 플레이어의 눈앞에 나타난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실크로드’를 아직 플레이 해 보지는 못했다. 3시간에 가까운 2차 클라이언트 시연과 조이맥스 개발자 분들의 친절한 설명을 통해 간접적으로 게임을 접한 것이 전부였으며, 조작감이나 인터페이스에 관해서는 많은 것을 체험하지 못했다.
비록 짧은 시간동안 제한적으로 접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이 게임에는 잘 만들어진 퓨전요리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하고 독특한 맛이라고 설명하기엔 부족한 ‘강한 매력’이 있었다. 본 Preview는 필자가 느낀 이 ‘강한 매력’에 대해 여러분들에게 충분히 전해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은 압도적인 볼륨!
그들이 처음 소개해 주는 것은 바로 게임을 처음으로 시작할 때 플레이어들이 경험하게 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부분이었다. 필자가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화면에서 확인 할 수 있었던 실크로드의 캐릭터는 매우 정교하기도 하지만 다양성 부분에서 압도적인 볼륨을 가지고 있었다.
게이머는 가장 기본적으로 캐릭터의 얼굴을 선택하게 된다. 얼굴을 바꾸면 기본적으로 그에 어울리는 몸이 결정된다. 아니, 정확하게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즈라는 의미보다는 셀랙트라는 의미가 가깝다고 할까? 플레이어는 약 30여종에 달하는 캐릭터 중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놀랍게도 실크로드의 캐릭터는 기존의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서 결코 표현할 수 없는 퀄리티를 갖추고 있으며, 그 각각의 캐릭터의 개성 또한 매우 뚜렷하다 못해 때로는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예를 들면 원숭이나 외계인 같은 캐릭터나 강시, 귀신 등의 부유하는 캐릭터가 존재하는 등 일단 인간의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면 상상할 수 있는 많은 캐릭터들이 준비되어 있다.
일반적인 커스터마이즈 시스템으로 이정도의 퀼리티를 따라오기 힘들다.
플레이어의 선택을 기다리는 수많은 캐릭터들은 이동하거나 행동하는 등의 기본 동작까지 변칙적이며 이런 캐릭터들의 뚜렷한 개성은 적어도 ‘캐릭터의 선택’이라는 제한아래 묶여있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장 될 예정이다.
그밖에도 플레이어는 선택된 캐릭터에 추가로 ‘체형’과 ‘키’를 다단계로 조정할 수 있었다. 이는 소닉팀의 ‘판타지스타 온라인’의 커스터마이징 시스템 보다는 다소 축소된 형태이지만 필자가 눈으로 확인한 볼륨으로는 충분히 플레이어가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보여 진다.
물론 캐릭터의 개성이 너무 강하고 세세한 설정이 불가능하다 보니 다양성과는 관계없이 동일한 캐릭터를 선택한 유저에게서 강한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이러한 단점은 실크로드의 뛰어난 캐릭터 시스템을 생각한다면 실로 보잘것없는 문제이다.
참신하면서도 강력한 기능을 가진 전투 시스템
필자가 시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연출에 부스터를 추가하고 전투에 액션성을 부가할 ‘무기술’ 시스템과 다양한 상황 속에서 캐릭터의 판단에 따라 원하는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확보시켜 줄 ‘기공술’ 시스템 정도였다.
기공술의 경우, 기본 공격에 추가적인 인첸트 효과를 부여해 사용되지만, 다양한 무기술에도 기공술을 추가로 주입할 수 있다. 이 때 기공의 효과가 부여된 무기술들은 폭발적인 공격력을 끌어낼 수 있어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되지만, 그만큼 소모하는 기력이 높아 장시간 사냥에는 매우 부적합 하다.
이러한 무기, 기공 스킬의 연동 확장을 통한 스킬의 다양성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5+5가 아닌 5*5를 느끼게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연동되는 스킬들이 요구되는 전투상황은 반복되는 ‘일반적’이 아닌 ‘특별한’ 상황으로 명확하다. 거기다 이번 4차 클로즈 베타에서 도입될 환 등의 전투 시스템을 통해 전투상황에서의 환경과 플레이어들의 판단영역이 액션게임에 한발 가깝게 확장 될 것으로 보인다.
전투는 화려하기만 한것이 아니다.
그밖에도 모험중에 플레이어들이 처치하게 될 괴물들은 조이맥스 개발팀의 치밀한 설정에 의해 수준급의 퀄리티와 역동적인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었다. 특히 몬스터들이 죽지 않은 상태에서 다운 모션과 스탠드 업 모션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재미있게도 플레이어는 힘없이 땅바닥에 널부러진 괴물들을 가차 없이 내려 찌르거나 공격할 수 있다.
세밀하고 차별화 된 연출
연출에 대한 묘사는 다소 주관적이겠지만 실크로드의 이팩트와 전투 모션들은 전반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보였다.
그 중 전투 중 많이 사용하게 될 기공계열의 이팩트는 매우 높은 타격감을 선사하는데 특히 화(火)계열의 기공술은 상대 괴물들을 까맣게 태워버리는 느낌을 줄 정도로 강렬한 화염의 이미지였다. 그러나 반대로 뇌(雷)계열은 본래 ‘감전’ 따위의 느낌 즉, 빠르고 불규칙적인 느낌보다는 공간이 물결처럼 규칙적으로 일그러지는 느낌이 들어 ‘전기’라고 표현하기는 부자연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공격의 대상에 따라 추가적인 이팩트도 존재한다. 생명체를 검으로 배면 피가 튀긴다거나 골렘에게 타격을 주면 돌 부스러기가 튀기는 등 대상에 따른 다양한 타격감을 통해 플레이어들은 몬스터들의 육질(?)과 개성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PvP는 이제 게임의 일부 - ‘삼각 대립구도’
이 게임은 게이머들에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다양한 목적을 부여하기위해 크고 작은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삼각 대립구도’라고 불리며 강력한 PvP 명분이 되어줄 실크로드만의 독창적인 시스템은 필자가 가장 큰 기대를 가지고 응원을 보내고 싶은 부분이다.
‘삼각 대립구도’는 서로 완전히 다른 성향을 가진 세 직업들. ‘도적’, ‘상인’, ‘헌터’의 대립구조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의 목적과 역할을 해내기 위해 다른 플레이어와의 전투를 결코 피해갈 수 없게 되는 구조를 뜻하고 있다.
헌터>도적>상인>무역 의 형태로 이루어진 이 대립구도는 실제 삼각 대립구도라기 보다는 먹이사슬에 조금 더 가깝다. 세 가지 성향이 비슷한 전투능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나 그 구조는 최상위에 헌터가 존재하고 헌터는 도적을 잡는 것이, 도적은 상인을 잡는 것이, 상인은 무역을 하는 것이 이윤과 명예를 추구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들의 이윤의 크기는 먹이사슬의 형태와 반대로 상인>도적>헌터의 순으로 그 비중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결국 직업을 가진 모든 플레이어가 자신의 목표를 위해 PvP 플레이를 하는 동기를 만들고, 이런 동기에 의해 다수 플레이어가 PvP를 게임의 일부로 즐기게 될 것이다.
과연 이 게임은 정말 뛰어난 게임인가?
여러 측면에서 실크로드는 근래에 모습을 드러낸 게임 중 높은 퀄리티를 가진 게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제 곧 4차 클로즈 베타를 오픈하게 될 실크로드는 이 자리에서 설명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갖추고 더욱 놀라운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더 흥미있는 사실은 그들이 국내 RTS게임으로서 꽤나 밸런스가 잘 맞았던 ‘아트록스’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패키지게임을 만들었던 경험과 탄탄하고 명확한 기획의도 그리고 오픈 마인드를 통해 기존 시장과 차별화된 강력한 시스템들을 하나씩 구축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게임이 “정말 뛰어난 MMORPG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은 긍정하기 힘들다.
실크로드의 시스템과 비쥬얼은 전체적으로 높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지만, 캐릭터 커스터마이즈를 제외한 다른 컨텐츠의 다양성과 볼륨은 결코 높지 않기 때문이다.
캐릭터가 한번에 장비할 수 있는 방어구 세트는 총 7가지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들은 일정한 패턴의 폴리곤 캐릭터에 텍스쳐만 바꾸는 것이 아닌 각각 하나의 오브젝트로 ‘입히는‘ 방식으로 구현되어 더욱 뛰어난 질감을 가지게 된다.
캐릭터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후, 배경 오브젝트, NPC 등 환경적인 측면도 나무랄 곳 없다.
문제는 이러한 높은 퀄리티로 만들어지는 아이템이 가지는 다양성의 한계이다. 시연을 통해 확인한 아름다운 방어구들을 보고, 걱정되는 마음에 혹시나 게임 내 데이터를 확인해 보았으나 역시나 아이템들의 착용 제한은 캐릭터의 8레벨 간격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있었고 그 세트의 수는 3차 클로즈 베타가 끝나는 시점에서 겨우 다섯가지 였다. 플레이 타임이 적은 콘솔 게임이라면 이러한 볼륨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MMORPG 게이머들은 자신들을 꾸미거나 남들과 다르길 바란다.
이처럼 한정된 아이템들에 단계별 설정을 적용시켰던 기존의 많은 중소규모의 게임들은 플레이어들의 아이템 선택권을 묵살하고 아이템의 가치를 오로지 레벨업의 부가적 목표로 제한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플레이어에게 주는 다양성의 제한과 일방향성에서 오는 박탈감 따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만든 높은 퀄리티를 유지할 컨텐츠 확장의 문제다. 조이맥스는 앞으로 실크로드에 추가 될 2가지 종족과 본격적인 컨텐츠가 될 고 레벨 아이템들을 구현해야만 하고, 그것은 지금보다 떨어지는 수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대로라면 ‘실크로드’의 업데이트는 유저들을 결코 쫓아갈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지나친 걱정일까?
그들은 본래 기획에 의도된 수준의 컨텐츠 확장을 원활하게 진행 할 수 있도록 확보한 다음, 플레이어들의 캐릭터가 정상에 가서 모두 같은 모습이 되는 현상 만은 막을 수 있도록 새로운 아이디어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두번째로, 실크로드의 세계는 ‘비좁다’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제한적이고, 강력한 ‘무역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의도를 적용시킬 만큼의 스케일이라고 는 생각할 수 없다.
현재 구현 된 장안에서 돈황까지 중국대륙을 가로지르는 거리는 도보로 약 8 분. 방대한 스케일로 이미 뛰어난 평가를 받은 WoW나 EQ등의 미국계 게임들에 비해 그 수준은 ‘동내 앞마당’ 의 표현이 가능할 만큼 매우 협소한 수준이다. 물론 맵의 크기가 게임의 재미를 결정짓지는 못하며, 오히려 불필요한 리얼리티는 게임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이것은 ‘실크로드’가 스스로 추구하는 방대한 기획에 대한 오류가 될 수 있다. WoW와 EQ가 무역을 하는 게임은 아니지 않은가?’
더군다나 장안과 돈황 두지역간의 무역행위는 마차 등을 이용해 이동시간이 단축될 경우 매우 짧은 시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획의도대로 무역행위의 이윤이 일반성을 뛰어넘어 진정으로 큰 이윤을 노릴 수 있다면, 이는 더 이상 ‘무역’이 아니다. 소위 반복적인 ‘작업행위’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게임을 넘어서 특수 목적과 필요이상의 요령이나 전문성이 갖추어진 집단들이 생겨날 것 이다.
필자는 실크로드가 유저들이 오랫동안 즐길만한 게임이 되기를 바란다. 조이맥스는 ‘실크로드’를 참신하고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드는 것에 주력하는 동안 가장 중요한 컨텐츠 확장의 딜레마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상기해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기획은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개발을 앞서가면 기대감을 주는 것은 결국 한계에 도달하고 게임을 직접피부로 느끼는 플레이어들이 지속적인 실망감을 느끼게 되기까지의 시간은 그야말로 순식간이 될 것이다.
이제 4차 클로즈 베타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 곳에서 조이맥스가 무엇을 준비했던간에 이미 많은 게이머들과 업계의 관심은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필자 또한 한명의 게임 유저로써 결코 쉽지만은 않은 MMORPG시장에 당돌하게 도전장을 내민 그들의 행보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것 같다.
김형석 기자 (rainel@playfor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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